[CEO가 만난 모교 총장] 황선혜-이민선 "여성인력 앞으로 더 중요해져…숙대, 인문학적 소양 갖춘 공대로 차별화"

입력 2015-04-26 21:11   수정 2015-04-27 15:08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이민선 유니레버코리아 사장

황선혜 총장
여대 위기론은 과장…여성 위한 대학 아직 필요해
당장의 일자리 보지 말고 미래에 필요한 인재돼라

이민선 사장
유리천장에 스스로 가두지 말고 '악바리 기질'로 깨야
지금을 즐겨야 미래에 성공…제2외국어 등 무장 필요



[ 정리=윤희은 / 임기훈 기자 ]
사회=이재창 부국장 겸 지식사회부장

숙명여대는 내년에 공과대학을 신설한다. 화공생명공학과와 IT(정보기술)공학과 등 두 개 학과에서 100명을 뽑는다. 화공생명공학과는 소재, 에너지, 의학·바이오공학이 중심이고, IT공학과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에 초점을 맞춘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공대 신설은 단순한 단과대학의 추가가 아니다”며 “각종 융·복합 학문을 적극 도입해 인문학적 소양까지 갖춘 ‘숙대 스타일의 공대’를 만드는 것이 舟?rdquo;라고 강조했다.

황 총장은 한국경제신문과 함께하는 ‘CEO가 만난 모교 총장’에 의미 있는 동문을 초청했다. 식품과 비누, 화학약품을 생산하는 유니레버코리아의 이민선 사장이다. 숙명여대 84학번인 이 사장은 황 총장의 12년 후배다.

황 총장과 이 사장은 숙명여대 재학생들에겐 본받고 싶은 선배들이다. 지난 23일 숙명여대 총장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리더십과정과 학사장교(ROTC)제도를 선도적으로 도입했을 정도로 여성 리더를 키우는 데 적극적인 숙명여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특히 우리가 대학 다닐 때 ROTC가 있었다면 가장 먼저 지원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사회=내년 공대 설립을 앞두고 두 분 다 공대에 대한 기대가 클 것 같습니다.

▷황선혜 총장=앞으로 여성 인력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고, 대학도 그런 변화에 부응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공대를 설립하게 된 것이지요. 숙명여대 공대는 여대 출신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춘 공학 인재 배출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만들어졌습니다. 10년 전 우리 목표가 ‘2020년 대한민국 여성 인력의 10%는 숙대에서 나오게 한다’였습니다. 공대 설립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이민선 사장=화학기업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다 보니 이과생, 공대생들의 강점이 확실히 눈에 보이더군요. 제가 문과(경영학과) 출신이다 보니 공대 복수전공을 한 문과萱?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공대 설립으로 숙명여대 학생에게 많은 혜택이 있을 것 같습니다.

▷황 총장=숙명여대 공대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를 할 생각입니다. 공대라고 해서 그와 관련한 학문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양필수 강의를 통해 인문학이나 예술처럼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게 무크(MOOC·공개온라인강좌)를 듣도록 하고, 현장 실무를 익힐 수 있게 기업연계형 장기 현장실습제(IPP)를 공대 전 학과에 도입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영어는 물론 제2외국어도 활용할 수 있는 교과과정을 구상 중입니다. 많은 공대생이 학교의 지원으로 싱가포르 난양공대, 미국 버클리공대와 같은 세계 정상급 공과대학과의 교류수업 과정에 참여토록 할 것입니다.

▷사회=‘여대 위기론’이 제기되는데, 정말 위기라고 보시는지요.

▷황 총장=대학평가를 취업률 위주로 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계속 불거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취업률 조사 방식을 살펴보면 여대는 불이익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취업률이 높은 이공계의 비중이 낮고, 인문계와 예술 계열 비중이 높은 여대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부분을 감안한다면 결국 여대 위기론도 과장된 것이 아닐까요. 게다가 여성 대통령이 나올 정도로 여성의 지위가 예전보다 나아졌음에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약자에 속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여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회=어려움 속에서도 여대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숙명여대의 취업률은 졸업생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황 총장=우리 학교의 자문위원 멘토 프로그램은 다른 대학에서 벤치마킹하는 숙대만의 프로그램입니다. 각종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초청해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재학생들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여기 참가한 학생 80% 이상이 취업에 성공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죠.

▷이 사장=2005년 자문위원 멘토 프로그램이 처음 생겼을 때 첫 번째로 컨설팅해준 게 접니다. ‘대학생활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목표를 세워라’ ‘남들보다 언어 공부, 특히 영어를 제외한 제2외국어를 꼭 하라’는 등의 조언을 했지요. 10년이 흐른 지금도 기회가 있으면 종종 참여합니다.

▷사회=성공한 두 분은 ‘유리천장’ 얘기에는 공감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황 총장=아닙니다. 유리천장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성 CEO나 국회의원 등의 남녀 비율만 따져도 바로 답이 나오지요. 특히 기업 승진 과정에서 유리천장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은 출산과 육아 문제로 경력단절이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거든요. 지난해에 경력단절 고학력 여성을 대상으로 재취업 아카데미인 ‘창조프로세스 전문가 과정’을 운영한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교육비 전액을 보조하고 취업까지 연계하는 프로그램이어서 대기업 중견 간부, 언론계 및 전문직 종사자가 대거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높았습니다.

▷이 사장=사실 여성 입장에서는 가정이 먼저다보니까 사회 경쟁에서 이길 것인지, 아니면 가정을 돌볼 것인지를 두고 많이 갈등할 수밖에 없어요. 직급이 올라갈수록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조직의 특성인데, 가정주부 상태에서 그런 요구들을 다 맞추는 것은 사실상 어렵거든요. 그런 한계를 본인이 얼마나 강한 ‘악바리 기질’을 갖고 이겨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황 총장=저는 유리천장이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만드는 것이 있고, 조직이 만드는 것이 있죠. 전자는 ‘나는 가정이 있으니까, 회사에서 역할을 이 정도만 하면 충분하다’는 식으로 자신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후자는 사회적 편견에 따른 것이고요.

▷이 사장=사실 저는 몸담은 곳이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외국계 회사라서 국내 기업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없지 않았어요. 그래도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는지’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후배들에게 그렇게 얘기합니다. “모든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다” “‘내가 엄마라서’, 혹은 ‘상사가 나를 여자라고 무시해서’와 같은 핑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죠.

▷사회=요즘 여러 가지로 풀죽어 있는 젊은 세대, 그리고 숙명여대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황 총장=일단 후배들에게는 “지금 너희는 많은 것을 갖고 있으므로, 남은 것은 도전하는 것뿐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만나는 모든 한계는 자신이 이겨내야 하는 것들이거든요. 또 ‘지금 당장’을 보지 말고 미래를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장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자신의 영역이 무엇인지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지금 당장 일자리가 없다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는 쓰일 곳이 너무나도 많거든요.

▷이 사장=지금이 가장 소중한 시기고, 지금을 즐기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성공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주어진 상황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죠. 인생을 살다 보면 역경은 항상 존재하게 마련이니까요.

■ 이민선 사장은

숙명여대 경영학과(84학번)를 나와 1994년 유니레버코리아에 입사해 영업교육, 인사, 마케팅 등을 담당했다. 2002년 인사담당 이사와 상무를 지냈고, 2011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유니레버코리아의 운영과 대외협력 부문에 주력했다. 2015년 1월 유니레버코리아 사장에 취임했다. 직원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 황선혜 총장은

숙명여대 영문과(72학번)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교육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숙명여대 교수로 임용됐으며 1997년 국내 대학 최초로 미국 영어교사 양성 과정(TESOL) 설치를 주도했다. 학생처장, 문과대 학장 등을 거쳐 2012년 9월 18대 총장에 선임됐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위원, 국립발레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리=윤희은/임기훈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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